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24일 체포되면서 러시아 일각에서 텔레그램 사용을 둘러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현재 러시아 국민 둘 중 한 명이 쓰는 온라인 메신저 겸 소셜미디어다. 독자적인 통신 암호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온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 바자(Baza)가 ‘러시아 정부가 국가 안보 당국자들에게 텔레그램 사용을 중단하고 앱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실제로 이러한 명령을 내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일부 매체가 “프랑스가 두로프를 압박, 텔레그램의 암호화 보안을 깨는 방법을 획득하면 서버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사용자들의 불안감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 RT의 보도국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도 “텔레그램은 더이상 민감한 대화에 안전하지 않다. 즉시 삭제하고 앞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는 “텔레그램이 안전한가”라고 우려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막연한 불안에 “텔레그램은 ‘종단간(終端間·end to end) 암호화’ 방식을 사용하므로 프랑스가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종단간 암호화’란 메시지가 발신자에서 수신자에게 전해지는 모든 과정을 암호화해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수신자·발신자 및 서버에도 사용자의 정보가 암호화되어 오가기 때문에 수많은 암호 키(key·열쇠)를 일일이 확인해 알아내지 않는 이상 내용·발신자 등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다양한 해킹 수단을 통해 중간에 메시지를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러시아군이 자국의 작전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을 비롯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국가의 군대는 부대 간 지휘·작전 통신에 고도로 암호화된 시스템을 쓴다. 러시아군은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투자 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텔레그램을 사실상 그 대체재로 이용해 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지휘관과 참모 간 대화나 부대 간 작전 지시 등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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