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에 접어든 영국의 양궁 선수 조디 그린햄이 2024 파리 패럴림픽 경기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인스타그램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임신 중인 선수가 메달을 획득했다. 영국의 양궁 선수 조디 그린햄(31)이 그 주인공이다.

2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임신 7개월에 접어든 그린햄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양궁 컴파운드 여자 개인전에서 영국의 동료 선수 피비 패터슨 파인을 제치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린햄은 선천적 기형인 ‘단지증’과 ‘합지증’을 갖고 태어나 왼쪽 팔이 짧고, 왼손은 엄지만 반 있는 상태로 태어났다. 단지증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짧게 발달하는 증상을, 합지증은 두 개 이상의 손·발가락이 서로 붙는 증상을 각각 말한다.

양궁 부문에서 손이 불편한 선수 사례는 전무했기에, 그린햄은 활을 효율적으로 쏠 방법을 직접 연구해야 했다. 그렇게 그린햄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활의 그립 부분을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으로 개조해 장애가 있는 왼손으로도 잡을 수 있게 했다. 그린햄은 2016년 인터뷰에서 “손가락 없이 활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실현 불가능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 그린햄이 동메달을 따게 된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2022년 한차례 조산을 겪었기에 뱃속 아기의 건강 상태 등과 관련한 우려가 컸다. 이 때문에 그린햄은 경기 직전까지 앵발라드에서 8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드나들며 검진을 받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조산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꾸렸다. 혹여 조산으로 아기가 프랑스에서 태어나면 출생증명서에 국적을 어떻게 기재할지까지 전부 고려했다.

다행히 그린햄이 경기를 펼치기까지 별다른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린햄은 “활을 완전히 당겼을 때 아기가 갑자기 움직이면 샷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 컸는데, 훈련할 때부터 태동의 느낌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했다”며 “이번 패럴림픽 경기 중에도 태동이 느껴졌지만, 머릿속으로 아기에게 ‘엄마가 사랑해. 조금만 기다려. 지금은 엄마가 활에 집중해야 해’라고 말하며 경기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린햄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임신한 여성’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린햄은 “사람들이 ‘와, 임신한 여성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고 메달을 딸 수 있구나’라고 말하길 바란다”며 “무엇이든 가능하단 걸 보여줘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냥 가서 해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