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물을 공급하는 모르노스 댐을 만들기 위해 1980년대 수몰되었던 칼리오(Kallio) 마을 집터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다시 드러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댐 건설로 45년 전 물에 잠겼던 그리스의 한 마을이 최근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뭄으로 물이 줄고 있는 그리스 중부의 모르노스 호수 아래에서 진흙투성이의 집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약 80채의 집, 교회, 학교로 이루어져 있던 칼리오 마을이 모르노스 댐 건설로 물속으로 사라진 지 약 45년 만이다. 이 댐은 수도 아테네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록적인 고온과 강수 부족으로 인해 수위가 수십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스의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쉽게 받는데, 지난달 아테네 외곽에까지 번진 산불까지 악화되는 등 극심한 기후 변화가 수위 감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 국립천문대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호수의 표면적은 2022년 8월 약 16.8㎢에서 올해 12㎢로 줄었다. 국영 수도 운영사 EYDAP은 모르노스 댐의 수위가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테네를 포함한 아티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다른 저수지의 수위도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아티카 지방에 물을 공급하는 3개 저수지의 물 저장량이 2022년 12억 입방미터에서 8월 현재 7억 입방미터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리스 당국은 약 400만명의 지역 주민에게 물 낭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칼리오 마을 주민이었던 요르고스 이오시피디스(60)는 AFP 통신에 “저수지의 수위가 40m 낮아졌다”며 “장인의 2층짜리 집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사촌들의 집이 보인다”고 했다. 다른 주민 콘스탄티노스 헤로디모스(90)는 “댐에 물이 가득 찬 걸 보고 해변 같다고 말하곤 했지만, 지금은 물이 말라버린 것만 보인다”고 말했다. 아내 마리아 헤로디모스(77)는 “이대로라면 교회와 우리 집이 있던 마을 가장 아래 지역까지 드러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리스의 올해 6월과 7월 평균 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8월에 이어 9월 들어서도 무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스 전역에 걸쳐 몇 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전날 “우리는 물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물 부족이 확실시되는 현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체계적으로 수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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