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궈 필리핀 밤반 시장. /밤반시 홈페이지

필리핀에서 ‘중국 간첩’ 의혹을 받던 앨리스 궈(35) 전 밤반 시장이 해외 도피 한달만에 인도네시아에서 붙잡혔다.

4일(현지 시각) 필리핀 일간지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은 필리핀 법무부와 국가수사청의 발표를 인용해 앨리스 궈 전 시장이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탄게랑시에서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이 이날 오전 1시 30분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서 체포됐다”며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에 구금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이메 산티아고 NBI 국장도 “궈 전 시장의 체포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필리핀으로 송환되면 그간 궈 전 시장에 대해 제기된 혐의에 따라 그를 기소하겠다”고 했다.

궈 전 시장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의 소도시 밤반에서 2022년부터 시장직을 이어온 인물로, 지난 5월 중국인 간첩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직위 해제됐다.

궈 전 시장은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범죄 활동 수익금 1억필리핀페소(약 23억8000만원) 이상을 돈세탁한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인 궈화핑 명의의 중국 여권과 특별투자거주비자, 비자의 사진 사본. 사진은 앨리스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인다. /인콰이어러 캡처

이런 가운데 궈 전 시장이 필리핀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현지 상원의 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스파이’ 의혹이 더욱 커졌다. 궈 전 시장은 2003년 10대 때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신분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신분 세탁’을 통해 시장에 출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상원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궈 전 시장의 지문이 궈화핑과 일치하는 것은 물론 중국 여권 사본에도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궈 전 시장은 필리핀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이던 지난 7월 중순쯤 해외로 몰래 달아나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궈 전 시장 체포 소식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두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이 체포가 가능했다”며 “법의 심판은 멀리 있어도 반드시 궈 전 시장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오늘 중으로 앨리스 궈의 송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