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4일 처참하게 파괴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아파트 건물들. /로이터

러시아 본토 공격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동부 전선 전황 악화와 러시아의 공습 격화 등 악재를 맞은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개각을 단행하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2년 반 이상 장기화한 전쟁이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으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정부 각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4일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을 비롯해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 올하 스테파니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장관, 데니스 말류스카 법무장관, 루슬란 스트릴레츠 환경보호천연자원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 6명이 의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국방부와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이, 그외 장관들은 총리가 임명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는다. 루슬란 스테판추크 의회 의장은 “오늘 중 추가로 사의를 밝힐 장관들이 있을 것 같다”며 “이르면 내일 중 새 장관 명단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권당 ‘국민의 종’ 다비드 아라하미야 대표도 “현재 장관직 절반 이상이 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20명 내외인 장관직 가운데 10명 이상이 물갈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개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내무·국방·교육과학·전략산업부 장관 등을 교체했고 그 외 부처 장관들은 대체로 유임해 왔다. 그러다 최근 “대규모 내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2020년 3월 임명된 데니스 슈미할 총리와 쿨레바 외무장관 등 장기 재임 각료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에 사의를 밝힌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3월 취임해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는 우크라이나의 국산 무기 생산 책임자”라며 “젤렌스키 행정부 내 다른 자리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취임 만 5년이 된 지난 5월 만료한 상태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계엄 중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연장된 임기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전쟁 전후의 위기를 헤쳐 온 각료들을 새 인물로 교체하면서, 점점 더 치열해지는 전쟁에 대비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도시 르비우에 러시아가 대규모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습을 가해 어린이 3명 등 최소 7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중부 폴타바에서도 50여 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부상하는 등 올 들어 가장 큰 공습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군은 “폴타바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군 통신학교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