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한 하천에 외래종 물고기 '블랙친 틸라피아' 수십 마리가 헤엄치는 모습./BBC

태국 정부가 때아닌 ‘괴물 물고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국에서 출현 중인 외래종 물고기 ‘블랙친 틸라피아’의 급증으로 인해 수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며 내린 결론이다. 이대로라면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BBC와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반년간 전국의 강·하천·습지·맹그로브숲 등을 수색해 블랙친 틸라피아 133만㎏을 포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최근 이 물고기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당 15바트(약 590원)를 지급하는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블랙친 틸라피아는 중앙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민물고기다. 국내에선 ‘역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바다에 사는 도미과 물고기인 감성돔‧참돔 등과는 계통이 아예 다르다. 블랙친 틸라피아는 살코기가 많아 식용으로 적합하다. 그러나 작은 물고기‧물고기 알‧조개‧새우‧달팽이 유충 등 수생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골칫거리가 됐다.

게다가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최대 알 500개를 낳는 등 번식력도 매우 강해 각 지역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당국이 블랙친 틸라피아를 ‘가장 침습적인 종’이라고 규정한 뒤 통제를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친 틸라피아가 영향을 미친 지역은 총 76개 주(州) 중 17개 주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7월엔 수도 방콕에서도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태국 의회 내 대책위원회 소속 나타차 분차이인사와트 하원의원은 “이전엔 발견되지 않았던 작은 하천과 습지에서까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블랙친 틸라피아가 우리 경제에 미친 손실은 최소 100억 바트(약 39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황폐해진 생태계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말 번식이 불가능하게 유전자를 변형한 블랙친 틸라피아를 방류해 개체 수 폭증을 막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블랙친 틸라피아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갑자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의회에서는 14년 전 한 대형 업체의 실험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당시 업체는 실험을 위해 가나에서 블랙친 틸라피아 2000마리를 수입했는데, 이후 물고기가 모두 죽은 것을 확인했고 매장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업체의 수입 시점으로부터 2년 후 블랙친 틸라피아가 발견됐고, 발견 지역에는 업체의 실험실이 있던 곳도 포함돼 있었다. 태국 수산청장은 “실험실에서 물고기 일부가 탈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우리는 외래종 확산과 무관하다”고 반박하며 허위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