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팀에게 점수를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국이 안방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73계단이나 낮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에 축구 팬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에 빠진 이들이 있다. 일본에 참패한 중국의 축구 팬들이다.

6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일본과 1차전에서 0대7로 대패했다.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미나미노 다쿠미(AS 모나코) 등 유럽파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보낸 일본은 중국을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0대7의 결과는 중국이 일본에 역대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경기이자 월드컵 예선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이 실점한 경기로 기록됐다.

중국 축구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 호주, 사우디와 한 조로 묶이면서 “사상 최악의 월드컵 조 편성”이라는 불만을 터트렸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에도 실패했다.

중국은 그나마 일본전에서 희망을 봤다. 중국 매체 즈보 닷컴은 “일단 일본전부터 중국은 아직 희망이 있다”며 “경고가 다 해결되면서 출장 정지 부담도 덜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다. 몸을 날려 제대로 수비하고 버티면 얼마든지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고 승점을 딸 수 있다”고 했다. 반칙에 가까운 몸싸움을 일삼는 중국 축구를 비꼬는 ‘소림축구’를 예고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자만, 예상과 달리 중국 대표팀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자 중국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0대7 패배로 중국 축구는 완전히 망가졌다”며 “중국 축구의 뿌리가 썩었으니 독을 치료하려고 긁어내지 말고 그냥 헐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1990년대 중국 축구 대표팀 주장이었던 판즈이는 중계하면서 “일본에 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상대가 너무 쉽게 득점한다”며 “(중국 상하이) 황푸강에 뛰어들고 싶다”고 말했다.

차이나 스포츠 데일리가 ‘중국이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졌다’는 제목의 짧은 기사만을 싣는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침묵 쪽에 가까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열렬한 축구 팬으로 알려져 있고, 대표팀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시 주석이 이번 참패를 기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AP는 꼬집었다.

크로아티아 출신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대표팀 감독은 “굴욕적”이라며 “매우 힘겨운 저녁이었다”고 털어놨다. 중국 언론은 “이반코치비 감독은 새로운 선수와 젊은 유망주들을 적극 소집했고, 2주간의 대표팀 경기를 준비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했다”며 “다음 경기에서 사우디에게도 패하면 최악의 결과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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