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진행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TV 토론은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은 지난 6월 토론과 정반대 상황이 전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바이든이 횡설수설하며 쉽게 흥분한 반면,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토론을 완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가 해리스로 바뀌면서 이번 토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던 지난 토론에 비해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반면 해리스는 상대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트럼프의 발언에 기가 막히거나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다양하게 지으며 대처했다. 거구의 트럼프와 단신의 해리스가 1.8m 거리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구도가 화면에 잡히면서 흥분하는 트럼프와 침착한 해리스의 모습은 더욱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 조 바이든 대통령. /CNN

이렇게 토론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해리스를 바이든과 동일한 인물로 각인시키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트럼프는 바이든을 “자기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자”라 조롱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의 실책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해리스를 함께 옭아매려 했지만 해리스는 말려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언급할 때마다 “나는 조 바이든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도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빠져나갔다. 이어 “당신은 조 바이든이 아니라 나에게 맞서고 있다”며 트럼프를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이런 해리스의 전략에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해리스는 정교하게 준비했고 차분히 덫을 놓은 반면 트럼프는 경제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것을 얘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트럼프 캠프 토론 준비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도 “이번 토론은 재앙이었다. 트럼프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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