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기 추도식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11일 오전 8시 46분 조종(弔鐘)이 울리자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귀빈석에는 지난 밤 90분 간의 격렬한 토론회를 마친 대선 후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그리고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날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에 무너져 3000여명이 희생된 ‘9·11 테러’ 23주기였다. 트럼프와 해리스 두 대선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1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테러 현장인 맨해튼 남부 세계무역센터 부지 그라운드 제로(폭발 원점)에서 열린 이날 추도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도 트럼프와 함께 추도식에 등장했다.

추도식 현장에는 이날 오전 6시 무렵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시작 직전엔 수천 명의 유가족들과 사건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트럼프와 밴스는 추도식이 열리기 약 30분 전 쯤 비밀경호국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했다. 무역센터 왼편 웨스트 스트리트에 일렬로 늘어서 있던 사람 중 일부는 트럼프를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가 지나가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차에서 내린 트럼프는 주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테러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루디 줄리아니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등도 있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의 측근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이 함께 서 있던 공간이 좁아 트럼프의 지척에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서 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임스는 ‘자산 가치 부풀리기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를 기소해 지난 2월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조 바이든, 마이클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JD 밴스(왼쪽부터). /AP 연합뉴스

오전 8시 30분 무렵 바이든과 해리스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색 정장 차림을 한 해리스는 악수를 하며 들어오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는 해리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고 있다가 눈을 마주친 뒤 악수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입으로 ‘고맙다(쌩큐)’라고 여러번 했지만 무엇과 관련해 고맙다고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후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짧은 인사를 나눴다. 해리스 왼쪽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블룸버그 전 시장이 섰고 트럼프와 밴스로 이어졌다. 트럼프와 밴스는 모두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약 한 시간이 흐른 뒤 바이든과 해리스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해리스가 떠나고 약 20분이 지난 뒤 트럼프도 밴스와 추도식장을 나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 국민이 비극을 기억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정치적 적대감을 잠시 내려놓았다”고 했다. 트럼프와 밴스는 이후 차를 타고 인근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소방서에 가 수십 명의 소방관들과 별도의 행사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미국 뉴욕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추도식을 마친 뒤 인근 소방서로 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는 지난해 추도식에 바이든을 대신해 참석한 바 있다. 바이든은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군기지에 들러 추모식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쉥크스빌 추모비에서 열리는 화환 헌화식에 참석하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으로 이동해 다른 헌화식에 참석한다. 트럼프는 해리스와 시간 차이를 두고 이날 오후 쉥크스빌에 갈 예정이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별도로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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