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쪽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 등이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분쟁의 본질이 바뀔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CNN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서방이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한다면) 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분쟁의 본질이 바뀌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처할 위협에 대응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CNN은 미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미 많은 자산을 장거리 무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왔지만, 방어 목적의 반격 용도를 넘어서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런 제한을 곧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계속 제기됐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그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 장관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장거리 무기 사용 승인에 대해 “긴급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장거리) 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러시아에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미 정부가 마침내 동의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 변화에는 최근 이란이 러시아에 근거리 탄도미사일 수백발을 제공한 사실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란의 미사일 제공 이후) 역학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서방이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할 경우 전쟁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거리 300㎞에 달하는 미국산 ATACMS 전술 탄도미사일과 영국산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 등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해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CNN은 “서방 무기는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한 근거리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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