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주 공장에 설치된 US스틸 간판.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제철과 US스틸이 합동으로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15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건에 대한 서한을 보냈다고 로이터가 13일 보도했다. 4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한에는 양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들이 공동으로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3월에도 인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US스틸 본사가 있는 ‘철강도시’ 피츠버그 유세에서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올 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회사이기에 미국 현직 대통령과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나서 한목소리로 “인수 반대”를 외치는 것일까.

미 정치권 등에서는 US스틸이 일본에 인수될 경우 미국내 철강 공급에 타격을 줘서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근거와 함께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해온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외국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US스틸은 1901년 금융가 J P 모건이 철강왕 카네기의 카네기스틸을 인수해 설립했다. 이후 여러 철강사를 추가로 합병한 US스틸은 세계 최대 철강사로 성장했고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의 로켓 조립동(VAB) 앞에 로켓이 설치돼 있다. VAB는 세계 최대의 문(門)을 가진 건물로도 유명하다. /flickr

한때 본사를 두고 있었던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포함해서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과 각종 시설물에 철강 재료를 공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적으로 등록된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 뉴욕 유엔본부와 플랫아이언 빌딩, 세계 최대의 문(門)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의 로켓 조립동,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강타했을 때 2만5000명의 이재민이 대피했던 뉴올리언스 미식축구장 ‘수퍼돔’ 등이 US스틸의 철강재로 지어졌다. 1967년 공개돼 시카고의 상징이 된 피카소의 조각도 US스틸의 철강으로 만든 것이다.

US스틸의 항공기, 군함, 탱크 등을 만드는 데도 수억 톤의 철강을 공급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US스틸 직원 11만3000명 이상이 군에서 복무했다. 전성기였던 1943년에는 직원 수가 34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일본, 중국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미국 주요 500대 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에서도 퇴출됐다. 현재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일본 도쿄의 일본제철 본사.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사 US스틸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US스틸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짐에 따라 일본제철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이사진 과반수를 미국인으로 하고 본사도 피츠버그에 유지하겠다는 운영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US스틸 인수를 허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본사 소재지 피츠버그가 최대 도시인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자 경합주 7곳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곳이어서, 블루칼라(생산직) 표심을 고려하면 민주·공화당 어느 쪽도 인수에 찬성하고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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