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이하 미국 시간 기준) 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간의 첫 TV토론 이후 해리스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9차례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두 번(라스무센·아틀라스)을 제외한 6차례 조사에서 3~5%포인트 격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2024년 9월 10일(미국 시간 기준) 밤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낙태, 불법이민자 등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다./AFP 연합뉴스

해리스와 트럼프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인단 수는 9월 10일 226명 대(對) 219명에서 4일 후에는 227명 대 182명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우세였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등이 경합(toss up)으로 바뀌면서, 선거인단 격차가 7명에서 45명으로 벌어진 것이다. 오는 11월 5일까지 50일 남은 미국 대선 판세 변화를 5가지 관전(觀戰)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미국 여론조사 사이트 '270ToWin'이 2024년 9월 15일 집계한 해리스, 트럼프 후보가 50개 주에서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인단 수. 9월 10일 조사와 비교해 해리스의 선거인단은 변함없으나 트럼프 선거인단은 감소했다./270ToWin

◇①대선 TV토론 : 의외로 선거 영향 미미해

트럼프 후보는 이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추가 TV 토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는 토론을 잘했고, 진행자들은 모든 질문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어쩌면 내 기분이 좋다면(right mood).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는 “세 번째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다른 입장이다.

트럼프측은 만약 해리스와의 두 번째 TV토론을 하려면 NBC나 폭스뉴스 같은 다른 방송사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 측의 지지율이 조만간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11월 5일 대선 전 추가 토론으로 대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는 전략이다.

2024년 9월 10일 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 마련된 '스핀 룸'에서 취재진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AP연합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다음달 중 TV 토론이 다시 성사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투표 전문가인 대런 쇼(Daron Shaw) 텍사스대 교수(정치학·오스틴 캠퍼스)는 “TV 토론 승리가 대선 승리를 보장한다고 보기 힘들다. TV토론 시청후 후보를 바꾸는 비율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빈센트 폰스(Vincent Pons)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대선 TV토론은 부동층(un-decided voters)의 7% 정도의 판단에 도움을 주며, 토론 시청후 표심을 바꾸는 비율은 그 절반”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밋 롬니, 힐러리...TV토론 이기고 본선 패해

실제로 2004년, 2012년, 2016년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각각 “이겼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았던 존 케리, 밋 롬니,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에서 모두 패했다. 이는 정치 고(高)관여층은 이미 표심(票心)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에서 TV토론에서 지지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걸고 제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무당파와 부동층은 정작 당일 TV 토론을 가장 적게 시청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과 2012년, 2016년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이겼다는 평가를 받고 최종 선거에서는 패배한 미국 정치인. 왼쪽부터 존 케리, 밋 롬니, 힐러리 클린턴 전 상원의원./조선일보DB
2008년 9월 26일 밤 미국 미시시피 대학에서 열린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간의 대통령 선거 TV토론 모습. PBS 방송의 짐 레러 앵커의 사회로 90분 동안 열린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에 완승을 거둬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PBS

해리스 캠프는 추가 TV토론이 열린다면 2008년의 ‘오바마 붐(boom)’ 같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버락 오바마 후보는 2008년 9월 26일 TV토론 전까지 존 맥케인과 전국 단위 지지율(46%, 44%)이 엇비슷했으나 토론 후 7%포인트(49%, 42%)까지 격차를 벌려 결정적 승기(勝機)를 잡았다. 하지만 이달 10일 첫 TV토론후 해리스와 트럼프 간의 전국 평균 지지율 차이는 3.5~4%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②여론조사 : 대선 결과와 동떨어지는 한계

이달 10일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시청 후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대답은 응답자의 4%에 그쳤다. 이는 토론 승패와 무관하게 트럼프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건재함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기업인 트라팔가그룹(Trafalgar Group)이 7개 경합주에서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를 조사한 결과, 트럼프 지지율(48.2%)이 해리스(47.9%)보다 0.3%포인트 높았다.

2024년 9월 14일과 15일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Real Clear Politics
미국 여론조사 기업 '모닝컨설트'가 2024년 9월 10일 실시된 대선 TV 토론을 전후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 전국 단위 지지율 추이 조사

그럼에도 TV 토론 후 해리스가 미세하지만 상승 기류를 타고 있음은 분명하다.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 조사에서 해리스의 트럼프 우위는 TV토론 전 3%포인트에서 토론 후 5%포인트로 벌어졌다. 해리스의 우세가 ‘모닝컨설트가 설정한 ±2%포인트의 오차(誤差) 범위를 넘긴 것이다.

◇‘샤이 트럼프’ 반영 못하고 응답률 1%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미국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예전만 못하다. 정치 분석 사이트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의 선거 분석가 데이비드 워스먼(David Wasserman)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하는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2024년 8월 1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양 손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는 열렬 지지자 외에 숨은 지지자들을 갖고 있다./USA Today

이는 트럼프 지지층이 미국 주류(主流)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을 ‘진보 성향’으로 간주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탓이 크다.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는 트럼프 지지를 밝히는 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의 입장 공개를 꺼리는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shy Trumpians)’도 제법 된다. 2020년 대선에서 인구 2만명 이하 읍·면(邑面) 유권자의 90%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는데, 이들이 여론조사에 포착되는 비율이 낮은 것도 한 이유이다.

1990년대 40%에 육박하던 여론조사 응답률은 최근 한자릿 숫자로 떨어졌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경우, 1997년 36%에 달하던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이 2009년 15%, 2018년에는 6%로 떨어졌다.

워스먼은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전화로 실시하는 많은 미국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 안팎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99%의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두 차례 대선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2016년 8월 30일 시점에서 힐러리와 트럼프의 여론조사상 격차는 4.9%포인트, 2020년 8월 30일 기준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는 8.2%포인트였다. 그런데 2016년에선 트럼프가 승리했고, 2020년에는 바이든이 간신히 이겼다.

올해 8월 30일 기준 미국 전국단위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해리스(48.1%)가 트럼프(46.2%)를 1.9%포인트 앞섰고, ABC·CBS·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사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3~4%포인트 차이 우위였다. 그러나 최근 선거를 돌아보면 올해도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초박빙(超薄氷) 구도이다.

◇③7개 경합주 : 대선 승패 좌우하는 최대 승부처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주별(州別) 선거에서 각 당의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정·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획득한 후보는 전국 투표 득표수가 적어도 당선된다. 2016년의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경우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블루 월(Blue wall),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불리는 자기 당 텃밭 보다 경합주(swing state) 유세에 총력을 쏟는다.

노란색 표시된 곳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종 승패를 결정짓는 7개 경합주들의 위치다. 북부 러스트벨트 3곳과 남부 선벨트 4곳으로 구성돼 있다.

경합주는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니아 등 3개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북부 공업지대)주와 선벨트(sun belt·남부의 햇빛양 많은 지역)에 해당하는 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이다. 이 7곳의 2023년도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4조 4000억 달러로 독일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핵심은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보유한(19명) 펜실베니아주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이곳을 뺏기면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가 “민주·공화당 대선 캠프가 2024년 3월부터 펜실베니아주에 쏟아부은 광고비용만 1억 8900만달러(약 2550억원)로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많다”고 보도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펜실베니아주에 광고 등 쏟아붓는 해리스와 트럼프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펜실베니아에서 강세였다. 그러나 진보적인 환경정책을 펴는 서부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해리스는 석유·가스·자동차 산업과 자주 충돌한 전력(前歷) 때문에 예전과 다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해리스 부통령이 출마 후 첫 6주간 펜실베이니아 서부를 방문한 횟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개월 동안 한 것보다 많다”고 밝혔다.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경합주 중에서도 핵심인 펜실베니아주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왼쪽은 해리스 후보가 2024년 8월 펜실베니아주에서 유권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 오른쪽은 트럼프 후보가 2024년 7월 13일 펜실베니아주 버틀러카운티에서 총격 피습후 주먹을 불끈 쥔 채 퇴장하는 모습/조선일보DB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동안 머물며 토론 준비를 한 해리스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지 버스 유세를 벌였다. 팀 월즈 부통령 후보도 랭커스터·페이엣·이리 카운티 같은 시골 지역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7개 경합 주의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4.2%인데, 펜실베이니아주의 실질 성장률은 0.9%로 처참한 수준”이라고 했다. 해리스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당시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인 수압(水壓) 파쇄법(fracking·프래킹) 금지를 공약했었다.

미국에 있는 주요 셰일가스 광구 현황. 텍사스와 펜실베니아, 노스다코타, 몬타나주 등에 몰려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엔 프래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해리스는 최근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으나 펜실베니아에선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다. 해리스가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대신 ‘2024년까지 미네소타주 전체 전력생산을 모두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팀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게 악재(惡材)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024년 8월 18일 펜실베이니아주 로체스터에서 유세 버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연합

◇④경제·생활 물가 : 표심 정하는 최중요 기준

미국 CBS방송과 이코노미스트·유고브 등은 올해 8~9월 “2024년 대선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낙태권 보장이나 불법이민 문제가 아니라 경제(economy)다”고 보도했다. 경제, 즉 생활물가와 일자리를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은 미국인 비율은 각각 80%, 73%에 달했다. 경합주를 10개로 넓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77%는 “생활물가가 대선 투표에 극도로 중요한(extremely important) 기준이다”고 했다.

여기서 유리한 쪽은 트럼프측이다. 바이든 정부 3년간(2021~23년)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5.7%)이 트럼프 1기 4년(2017~20년) 물가 상승률(1.9%) 보다 세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올해 8월 29일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CNN방송이 2024년 9월 10일 대선 TV 토론후 가진 경제 신뢰도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CNN

◇TV토론후 해리스 경제 신뢰도 거꾸로 하락

이달 10일 첫 대선 TV 토론 이후 오히려 트럼프에 대한 경제 분야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CNN이 TV토론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능력 신뢰도(economic trustworthiness)는 토론 전 53%에서 55%로 높아졌으나 해리스는 37%에서 35%로 하락했다. 두 사람간의 경제 신뢰도 격차는 16%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트럼프가 상승 모멘텀을 탈 수 있으며, 해리스는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공약을 가다듬고 경제 호전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승부의 열쇠는 미국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경제 정책과 비전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리스는 중산층 가정 자녀 1명당 3600달러의 세액(稅額) 공제, 자녀 출산시 6000달러의 신생아 세액 공제, 현행 21%인 법인세를 28%로 인상, 스타트업에 대한 세금 공제액 5만달러로 상향 조정 등으로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 실현을 내걸고 있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내리고 수입 상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100% 고율 관세 부과, 석유·셰일가스 채굴·생산을 활성화해 세계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를 공급해 미국을 제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의 평균 관세율/그래픽=백형선

이와 관련해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이달 14일 공개한 여론조사결과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 부문에서 트럼프 후보가 더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유권자의 56%가 트럼프의 관세 공약을 지지했고 부정적인 반응은 41%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43%가 ‘식료품과 기름 같은 일상용품 가격을 낮출 후보’로 트럼프를 택했고, 36%가 해리스를 꼽았다.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우선할 후보로 47%가 트럼프를, 37%가 해리스를 선택했다.

◇⑤ 트럼프는 ‘정책 강점’, 해리스는 ‘진정성’ 보여야

남은 50일 동안 두 후보는 실수를 극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승세(勝勢)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 강점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선 후보로서 ‘고령(高齡)’ 이미지를 떨쳐내는 게 관건이다.

그는 2022년 12월부터 13개월동안 ‘어젠다 47′ 사이트에 출연해 만든 46편의 동영상에서 재집권시 분야별 공약을 상세하게 밝혔다.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은 ‘해리스를 겨냥한 인신(人身) 공격성 발언을 최소화하고 ‘정책 트럼프(policy Trump)’ 면모를 부각하라”고 조언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담은 'Agenda 47' 사이트의 동영상들/Agenda 47
120만명의 SNS 팔로워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로라 루머(31)가 2024년 9월 10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도착,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AP 연합

문제는 2016년 대선 승리와 세 차례 대선 후보 자리를 ‘자기 방식’으로 따낸 경험으로 말미암아 트럼프가 이를 잘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로라 루머(Laura Loomer·31) 같은 극우 인플루언서와 가까이하며 음모론을 쏟아내는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터 베이커(Baker) 뉴욕타임스 기자는 “올해 9월 5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엉뚱한 대답과 문장 혼동, 오락가락한 논리로 기자회견을 망치는 등 트럼프의 고령 위험이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선거 유세 현장 분위기가 4년, 8년 전보다 활력이 떨어지고 지루해졌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50일 동안 강점 부각하고 실수 극소화 전략

올해 7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후 한달 반 넘게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활동해온 해리스에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그녀를 잘 모른다. 더 알고 싶다”는 대답이 30% 가까이 나오는 게 부담이다. 이는 ‘해리스를 대통령 후보로 찍어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부정(否定)적 감정의 애두른 표현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4년 9월 1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몸동작을 쓰면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동시에 해리스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왔고 대선 출마 후 정책을 왜,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달 10일 TV 토론에서도 해리스는 트럼프의 분노를 자극하는데 주력했을 뿐, 자신이 전기차 의무 보급 기준 완화, 프래킹 금지 번복, 남부 국경 단속 강화로 자신의 정책을 바꾼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나의 가치관은 바뀌지 않았다(My values have not changed)”고 말함으로써 지금과 과거 입장 가운데 무엇이 진짜인지, 백악관 입성후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더 큰 의문을 던졌다. 정치 분석가들은 “민주당 안에서도 극좌(far left)로 분류되는 해리스가 무당파와 부동층 표를 흡수하려면 자신의 ‘우(右)클릭’을 진정성 있게 해명하고, 바이든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해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민의 70% 정도는 "조 바이든 행정부들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3대 지상파방송인 NBC방송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0% 정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