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신화통신 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복원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은 형제 관계”라는 깜짝 발언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AP에 따르면, 16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 하는 것을 멈춘다면, 우리는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미국)과 형제(brother)”라고 했다. 대표적인 반미(反美)국가인 이란의 대통령이 미국을 ‘형제’라고 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JCPOA는 지난 2015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6국이 이란과 체결한 협약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인 2018년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원상복구 시켰다.

개혁 성향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5월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사고사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서방과 협상을 통해 제재를 풀어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당선 이후 그는 과거 JCPOA 타결의 주역인 압바스 아락치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협상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은 지난 7월 31일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접적인 공격에 나서지는 않았다.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우리는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방법으로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보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도덕 경찰들이 더는 길거리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에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2022년 9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 사망한지 2년 만의 일이다.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에서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렸었다. BBC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여성 언론인들이 헐렁한 머리 가리개를 착용했는데, 이는 이란의 엄격한 여성 복장 규정이 잠재적으로 더 느슨해질 것이라는 조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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