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삐삐. /조선일보 DB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를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린 이스라엘 소행 추정 테러가 지난 17일 발생하고서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를 많이 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삐삐’라고도 불리는 무선호출기는 단문 메시지 및 별도 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음성 메시지 수신을 위한 기기다. 20세기 말 광범위하게 쓰였고 지금은 휴대전화에 밀려 사실상 ‘멸종’했다. 헤즈볼라는 그런데 왜 무선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쓰고 있을까.

반(反)이스라엘 무장 활동을 주력으로 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는 헤즈볼라는 위치 추적이나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를 쓰고 있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 단체 요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려 종종 휴대전화 추적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선호출기가 훨씬 안전한 통신수단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대원과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묻고 철제 상자에 넣어 가둬버려라. 당신과 당신 아내·자녀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는 이스라엘의 협력자이자 살인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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