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이란의 해커들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프의 비공개 자료들을 해킹해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캠프로 보낸 사실이 미 수사 당국 발표로 공개됐다.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정보실(ODNI),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 해커들이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에게 여러 건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 이메일에는 트럼프 캠프에서 해킹한 비공개 자료에서 발췌된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이메일이 도착한 시점은 지난 7월 21일 바이든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하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럼프 캠프의 발표를 통해 트럼프 관련 비공개 자료가 이란 측에 해킹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이란이 탈취한 자료를 트럼프의 적진(敵陣)에 넘겨 미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이란은 중국·러시아·북한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적성국인데, 공화당의 대이란 노선이 상대적으로 더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란 측이 트럼프의 승리를 막기 위해 이 같은 공작을 진행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 해커들은 해킹한 트럼프 캠프 자료들을 지난 6월 이후 미국 주요 언론 매체들에도 계속 보내왔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트럼프와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 의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들을 ‘터뜨려서’ 여론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 자료를 제보받은 주요 언론사 중에서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폴리티코는 지난 7월 자료의 출처와 제보 경위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보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미국의 불화를 조장하고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려는 이란의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며 “특히 러시아·이란·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사회의 분열을 악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선거 기간을 가장 취약한 순간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당국은 지난달에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이란의 공작 활동이 활발해졌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대선 캠프를 겨냥한 해킹 시도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당시 성명은 MS가 이란의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해커들이 고위급 대선 캠프 관계자를 상대로 이메일 피싱을 시도했다고 공개한 이후 나왔다.

트럼프는 수사 당국 발표 후 뉴욕주 유세에서 “이것은 진정한 외국의 선거 개입”이라며 이란 해커들이 “그들(바이든 캠프 사람들)에게 모든 자료를 주었는데, 그것은 바이든이 이란과 협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캠프 모건 핀켈스타인 대변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 팀은 이란의 (사이버) 작전을 알게 된 이후 법 집행 당국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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