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파병 북한군에게 나눠준 한글 설문지. /CNN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서 한글로 작성된 설문지까지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각) 미 CNN은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설문지 사본과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훈련 기지에서 줄지어 서서 군복과 장비를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CNN은 이를 두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파견되기 전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러시아에 도착한 뒤 모자, 군복, 신발의 치수를 설문지에 기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CNN이 공개한 설문지 사진을 보면, 상단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한글 치수 안내표도 삽입됐다. 표는 ‘러시아씩(식) 모자 크기’ ‘모자 둘레’ ‘조선씩(식) 크기’ 등 항목을 포함하고 있었다. 러시아와 북한의 의류 치수 표기가 달라 해당 치수에 맞는 둘레와 신장을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씩 크기’라는 항목 아래는 모두 공란이었는데, 북한 군인이 자신의 치수를 이곳에 표기하면 알맞은 러시아 군복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측된다.

CNN은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키이우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약 1만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이미 전술 인력(tactical personnel)과 장교들을 (러시아에 의해) 일시적으로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로 보냈다”며 “러시아가 병력 손실이 커서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고, 러시아 내 동원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걱정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