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법원. /뉴시스

필리핀의 무허가 신학교에 미성년자 신도들을 끌어들여 강제 노동을 시킨 한국인 목사가 현지 대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2일(현지 시각) 필리핀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한국기독교장로교총회에 소속된 한국인 목사 A씨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벌금 200만 페소(약 4800만원)를 부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180만 페소(약 4300만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2008년 필리핀으로 이주해 북부 루손섬 팜팡가주에서 무허가 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목사나 선교사가 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7세 학생 3명을 끌어들었다. 이후 학생들에게 무급 또는 50∼200페소(약 1200∼4800원)의 적은 금액만 주고 교회를 짓는 프로젝트에 동원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4월 15일, 현지 사회복지개발부와 국가수사국의 합동작전으로 체포됐다. 착취당하던 미성년자들은 모두 구출됐다.

피해자들은 공통으로 신학 수업은 받지 못하고,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육체노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학생들을 노동에 동원하기 위해 종교적 신념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학생은 “이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으나, 신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A씨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다른 학생은 “성경을 공부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가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이 고난을 견뎠다”고 했다.

팜팡가주지방법원은 2017년 A씨에게 인신매매 혐의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21년 2심에서도 혐의가 유지됐고, 종신형이 선고됐다.

A씨는 학생들이 신학교 시설 건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원했을 뿐 노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건설 작업에 동의했더라도 미성년자인 이들의 동의는 자유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봤다. 또 사기와 기만으로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의 종교적 신념과 미성년자의 취약성을 이용해 사실상 무급으로 노동하도록 강요한 점이 인신매매죄의 모든 요건을 명확히 충족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