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센트럴파크 파이브'. /AFP 연합뉴스

35년 전 벌어진 ‘센트럴파크 파이브(Central Park Five)’ 사건 핵심 인물 5명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트럼프가 지난 9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와 토론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하면서 자신들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 유색 인종으로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가 표심(票心)을 잡아야 하는 유권자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센트럴파크 파이브’ 사건은 1989년 4월 19일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백인 여성 금융인 트리샤 메일리(당시 28세)가 심야에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다가 괴한에게 심한 구타와 강간을 당한 뒤 혼수상태로 버려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피해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지만, 두개골 골절로 인한 후유증 탓에 사건 당시 정황과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은 공원 주변을 배회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10대 소년 5명을 강간 및 강간 방조범으로 지목했고, 피해자의 몸에 남은 DNA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협박과 폭력으로 자백을 받아내 이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센트럴파크 파이브’로 불리며 각각 징역 6~13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알고 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다. 2002년 살인·강간 혐의로 3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마티아스 레이예스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이 5명은 사건 발생 1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들은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4년 41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사건 초기부터 줄곧 이들을 강력히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사건 당시 뉴욕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CNN의 사회자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센트럴파크 파이브를 증오한다”고 했고, 이 사건과 관련해 자비 8만5000달러를 들여 뉴욕타임스(NYT) 등 4개 신문에 굵은 대문자로 ‘사형제도를 돌려 달라. 우리의 경찰을 돌려 달라’는 문구를 실은 전면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고, 뉴욕시가 이들과 합의한 것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냈다. 이번엔 해리스와의 토론회에서 “원고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트럼프를 상대로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다섯 명은 소장에서 “원고(다섯 명)는 유죄를 인정한 적이 없고 모두 무죄를 받았다”면서 “이 사건 희생자 중 누구도 사망하지 않았고 트럼프의 발언은 모두 허위”라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이 소송에 대해 “또 하나의 경솔한 선거 방해 소송”이라면서 “카멀라 해리스의 위험한 진보적인 의제와 실패한 캠페인으로부터 미국인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제기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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