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북한 대표부 외교관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 파병설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연합뉴스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 관련 공식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병력 파견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현재 나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한 목소리로 현재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냈다면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공식발언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냈고 추가 병력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다”며 “앞으로 1만여명이 추가로 러시아에 투입되면서 총 1만2000여명이 파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실제 러시아에 인력을 지원한다면 이는 크렘린궁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우드 차석대사의 발언은 이날 오전 백악관 브리핑 내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로 가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며, 앞으로 며칠 내로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 협의 사항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한 바 있다.

황준국 대사는 21일 북한에 대해 "상습적으로 국제규범와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도 이날 발언에서 “병력 파견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가 질적으로 변화했고 북한은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황 대사는 “북한은 국제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다”면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절박하더라도 악명높은 불량국가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도박을 하면서 전쟁 흐름을 바꾸려고 한 것이 믿기 어렵다”고 러시아와 북한 모두에 대해 지적했다.

우방국인 영국도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대한 연대를 보였다. 바바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북한의 전쟁 개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 병력을 파견하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푸틴은 불법 전쟁에서 북한에 더 의존하려는 것 같다”면서 “지역 및 국제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적 관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야마자키 카즈유키 일본 대사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의 진전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그 대가로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 북한을 비난했다.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대사는 “북한은 작년부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와 군수품을 모스크바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국이 되어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발언 모습. /유엔

반면 러시아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정면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비확산 체재에 대한 명백한 도전에 묵인하는 대신 중국과 북한의 ‘공포 이야기’를 복제하는 데 열중했고 각각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전 이야기보다 훨씬 더 터무니없는 것처럼 들린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 안보리와 별도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대한 각국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북한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기 위해 약 1만1000명의 정규군을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군에 함께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체코 등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등을 비판했다. 그러자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발언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국가가 주장하는 주권 국가 간의 이른바 무기 이전은 토론 주제에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파병 등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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