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소속 전임 미국 대통령 3인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계 관례를 깨고 지난 2주 사이 사이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19일 ‘전직 대통령 3명, 2주 새 현직 대통령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바이든, 오바마,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석상에서 비판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이 모두 공개 석상에서 현직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은 후임자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왔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뉴욕 해밀턴 칼리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과 언론 등 각종 기관을 겨냥한 행정명령을 내놓은 데 대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은 시민”이라며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카고 장애인 권익단체 회의에서 사회보장제도 예산 삭감 조치를 맹비난하며 이를 ‘고의적 잔혹성’(deliberate cruelty)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100일도 안 돼서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건물 폭탄 테러 30주년 추모식에서 “지금은 서로 누구의 분노가 더 정당하냐를 놓고 싸우고, 진실을 왜곡해 이기려는 사회가 됐다”며 “우리가 250년 동안 지켜온 ‘더 나은 연방’이라는 여정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생존 중인 전직 대통령 중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전직 대통령 세 명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공화당 출신인 부시 전 대통령은 현존 전임 대통령 중 유일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그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전문가는 취임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임 대통령들이 후임자를 일제히 비판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의 티머시 나프탈리 교수는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은 새 대통령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100일 정도의 유예 기간을 준다”며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변화의 방향을 이미 파악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은 일종의 국민 자문위원회 같은 존재”라며 “이들이 경고할 때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WP는 이들 전임 대통령들의 비판에는 개인적인 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들의 가족들까지 지속적으로 공격해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부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노망난 노인으로 묘사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에 대해선 2016년 대선 당시 “사악한 힐러리”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