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과 같이 동남아시아의 저임금 노동 국가들의 수입품에 관세를 올려서 궁극적으로 미국으로 제조업과 일자리가 되돌아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와도, 일부 기업들은 높은 인건비 탓에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자동화 공정에 투자한다.
그런데, 지난 수 년 간 나이키가 시도한 로봇 제조 공정은 이조차도 놀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고, 미국 브랜드들이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유연하고 저렴한 하청업체들로부터 벗어나 일부 생산을 북미로 이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신발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다. 나이키는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3D 프린팅과 같은 제조 기술이 발전하자, 2015년부터 부분적으로 자동화하려는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나이키는 더 적은 노동력으로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판단했다.
나이키는 미 제조업체인 플렉스(Flex)에 의지했다. 플렉스는 마침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애플의 맥프로(Mac Pro)를 생산하는 복잡한 제조 공장 설립을 마쳤다. 플렉스는 이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재조정하고 자동화를 도입하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나이키의 목표는 멕시코 서부 과달라하라 시에 첨단 공장을 만들어, 2023년까지 수천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 공장에는 여전히 수천 명이 필요하겠지만, 같은 물량을 만들어내는 아시아의 공장들보다는 훨씬 적은 수였다. 아시아 공장에서는 숙련된 저임금 노동자들이 손으로 원단을 재봉하고 밑창을 일일이 신발에 붙였다.
과달라하라 시의 나이키 첨단 제조공장이 성공하면,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생산의 모델이 될 수 있었다.
나이키의 경쟁사들도 ‘자동화’를 아시아 공장을 대체할 기회로 주목했다. 같은 해에, 의류업체 언더아머도 자동화를 통해 볼티모어에서 신발을 제조하겠다는 ‘프로젝트 글로리’를 발표했다.
당시 혁신 담당 부사장이었던 케빈 헤일리는 WSJ에 “현대적이라기보다는, (1910년대) 포드 자동차의 모델 T 생산라인과 중세의 구두수선공 작업대가 결합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아디다스도 미국 애틀랜타와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토리’를 설립하고 고속 기계로 신발을 생산하는 ‘새 시대’를 선언했다.
나이키의 시도는 이 중에서도 가장 대담했다. 이 회사는 10년 안에 대규모 자동화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미국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더 빨리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나이키의 이 자동화 공정은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나이키의 2017년 최상위 모델인 에어 맥스 신발은 인건비가 50% 내려가고, 원가도 20% 절감된다”는 시티뱅크의 분석을 소개했다.
애플의 맥 프로 공장을 지은 경험이 있던 플렉스 사의 톰 플레처가 이 나이키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나이키와 플렉스는 전자제품 제조에서 흔히 사용되는 장비들을 신발 제조에 적용한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회로 기판에 부품을 부착하는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기계는 신발의 윗부분을 제작하고, 원단을 뜨개질하고, 로고를 붙이고, 밑창을 접착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곧 난관에 부딪혔다.
로봇은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신발 소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소재는 온도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했고, 밑창은 하나하나 다 달랐다. 인간은 이런 상황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기계는 어려웠다.
플렉스 사의 플레처는 WSJ에 “정밀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소재가 변형됐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이키의 공장 자동화는 결코 기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노동자 수는 5000명이 됐는데, 이는 애초 계획보다 배가 많았다.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더 들었다고 한다. 밑창을 신발 윗부분에 정밀하게 붙이는 섬세한 작업을 비롯해 건마다 자동화하기가 힘들었다. 플레처는 “정확히 붙이지 못하면 신발이 비틀어져 미관상 불량 판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키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종류의 모델도 핵심적인 장애물이었다. 수십 년간 미국 소비자 브랜드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자유로운 디자인을 허용하고, 아시아 제조사들이 이를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자동화 제조공정은 단순한 디자인을 로봇이 수없이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제품은 단단하고 표준화된 소재로 제작돼, 기계가 수백만 번 동일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나이키 신발은 또 자동차나 아이폰과는 달리, 새 모델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프로젝트를 이끈 나이키의 전직 임원 마이클 뉴턴은 WSJ에 “자동화 공정이 성공하려면 디자인부터 소재의 복잡성, 모델 수까지 모두 단순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플렉스 팀이 8개월을 들여 나이키 로고를 신발에 자동으로 부착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나이키가 새 신발 모델로 옮겨간 뒤였고 이 부착 기술은 소용이 없었다.
따라서 아주 싸구려로 대량 생산하는 신발이라면 모를까, 소비자들이 계속 다양하고 창의적인 신제품을 기대하는 나이키에게는 자동화 공정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나이키와 플렉스는 2019년 초에 이 프로젝트를 끝냈다. 같은 해, 언더아머와 아디다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관련 공장을 폐쇄했다.
WSJ는 결국 세 회사는 모두 코로나 팬데믹 때 생산이 중단되는 리스크를 경험하고도, 원래의 해외 생산기지였던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트럼프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46%, 32%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이를 10%로 낮추고 90일 유예를 부여했다. 중국산에 대한 수입 관세는 145%까지 올라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6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싶다”며 “수백만 명이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작은 나사를 조이는 일에 투입되는 생산라인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그 과정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국가들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 위협 속에서, 나이키와 다른 기업들이 미국에서의 자동화 생산 방안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멕시코 신발공장의 자동화 실패를 경험했던 나이키 관계자들은 이 신문에 “많은 자본과 인내가 필요하다. 빨리 이뤄질 일이 아니다. 그때 경험으로 우리는 많이 겸손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