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시사프로그램인 CBS '60분' 수석 프로듀서가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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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시사프로그램인 CBS '60분' 수석 프로듀서가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CBS

미국 유명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수석 프로듀서가 언론 자유의 독립성을 침해받고 있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며 방송사 폐쇄를 위협했다.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대학 등을 상대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방송 CBS가 만드는 시사프로그램 ’60분' 수석 프로듀서 빌 오웬스는 22일 사임을 알렸다. 2019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책임진 그는 전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더 이상 60분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프로그램을 위해 그리고 시청자를 위해 내가 물러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공격해왔다. 13일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거의 매주 ’60분‘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경멸적이고 불명예스럽게 언급해왔지만 이번 주말 방송은 그 중 ‘최악”이라며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그 전날 ’60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인터뷰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전했다. 두 에피소드 모두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트럼프는 “’뉴스 쇼’가 아니라 ‘뉴스’로 위장한 부정직한 정치 공작원”이라며 “그들이 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또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들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최대한의 벌금과 처벌을 부과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오웬스는 자신이 총괄한 프로그램에 대해 트럼프가 공격에 나서자 압박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60분’과 관련한 트럼프의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을 인터뷰하자 “전례 없는 방식으로 대중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해리스에게 불리한 발언을 지우는 등 내용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CBS에 200억 달러(약 28조원)대 소송을 낸 상태다.

트럼프 압박을 받은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가 압력을 넣은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파라마운트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은 회사를 스카이댄스에 매각하려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트럼프와 소송을 합의로 끝내려고 한다”고 했다. 레드스톤은 바이든 정부 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와 관련해 CBS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이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악관은 지난 2월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불러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AP가 따르지 않자 AP 기자의 취재를 금지해 보복 논란이 일었다. 또 불공정 보도를 이유로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TV PBS 예산 약 11억 달러(약 1조560억 원) 철회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