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불과 닷새 만에 “해고할 생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는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파월)를 해고할 의도가 없다”며 “지금은 금리를 낮추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인하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준 의장이 너무 늦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해임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언론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7일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당시 백악관에서 열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는 그와 잘 맞지 않는다.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며 사퇴 압박성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파월의 해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항상 늦고, 틀리는 파월이 또 전형적인 엉망진창 보고서를 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난 21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파월 의장을 “큰 패배자(major loser)”라고 비난하며 금리를 즉시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파월 의장 해임 방안을 수개월 전부터 비밀리에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불과 며칠 만에 태도를 누그러뜨린 배경에는 그의 발언이 불러온 미국 경제 및 금융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파월 해임 시사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은 급락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면서 금리와 달러화 가치도 불안정해졌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도 “(중국 관세가) 145%까지 오른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높게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당히 내려오겠지만, 과거처럼 제로(0)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잘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가진 것을 원한다”며 “중국이 미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협상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조건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오랫동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우리는 중국과 아주 좋게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비공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로 인한 중국과의 교착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