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뉴스1
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뉴스1

유흥식(74) 추기경이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투표 콘클라베를 앞두고 총 12명의 차기 교황 유력 후보를 선정했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유 추기경에 대해 “남북한 화해를 모색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 “평화와 화해의 대화를 모색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벽난로’라는 뜻의 포콜라레 운동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트렌토에 살던 여대생 끼아라 루빅이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며 살자는 목적으로 1943년 창설했다. 이 운동은 ‘마리아 사업회’라는 공식 명칭으로 교황청에 등록됐으며, 국제적인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성장해 1950년대에 유럽과 북‧남미 지역으로 운동을 확산했고, 한국에는 1969년 들어왔다.

매체는 유 추기경에 대해 “1951년 11월 17일 충남 논산 출생으로, 1979년 로마에서 사제품‧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교구장으로 남북 교류에 힘썼으며 4차례 북한을 방문했다”며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2022년 추기경이 됐다”는 약력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된 유흥식 추기경(하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코리에레델라세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된 유흥식 추기경(하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코리에레델라세라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마테오 주피,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미국 블레이즈 쿠피치, 조셉 토빈, 헝가리 페테르 에르되, 스웨덴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프랑스 장마르크 아벨린, 스페인 후안 호세 오멜라, 필리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아시아계는 필리핀 타글레 추기경과 한국의 유 추기경 2명뿐이다.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누린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고 인맥을 쌓았다. 탁월한 업무 추진력과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일 뿐만 아니라 교황청 내부에 탄탄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어 전 세계 가톨릭에서도 주목하는 언론이다. 바티칸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교황청 내부 소식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매체에서 유 추기경의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교황청 내부의 기류나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3주 차가 되는 시점에 콘클라베에 돌입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바티칸 교황 관저에 있는 시스티나 경당에서 투표를 반복한다. 콘클라베 시작을 알리는 미사 이후의 과정은 모두 비밀이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결과를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