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7일 도쿄도와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등 수도권에 긴급사태를 다시 선포했다. 일본 수도권에 사회적·경제적 계엄(戒嚴)을 의미하는 긴급사태가 다시 선포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7일까지 계속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감염 확대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지역 긴급 사태 재선포 방침을 발표하면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긴급사태 재선포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도쿄 지역에선 7일 2500명에 육박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전날(1591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전역으로도 전날 신규 확진자가 6000명 선을 처음 넘어서고 누적 확진자가 26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음식점은 ‘자숙’ 요청을 받아 저녁 8시 이후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음식점은 하루 최대 6만엔의 ‘협력금’을 지급받는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자숙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음식점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행사는 수용 인원의 50%나 5000명 이하로 제한된다. 기업의 재택근무를 늘려 당분간 출근하는 이를 70%가량 줄이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학교는 휴교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광역단체 7개에 긴급사태를 선포한 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번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전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되기까지는 총 48일이 걸렸다.

긴급사태 선포가 늦어져 이미 의료 기관이 대응할 수 있는 위험선을 넘겼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사회의 나카가와 도시오 회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이미 의료 붕괴 상태”라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도시 지역에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를 중시하는 스가 총리는 원래 긴급사태 선포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오는 7월 도쿄올림픽 개막을 위해서는 더 이상 감염이 확산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감염자가 급증함에 따라 올림픽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코로나 사태 대응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긴급사태 선포에도 불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현재 30%대로 추락한 지지율이 더 하락해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가는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약 30%포인트 하락,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 주간지는 그가 조기 퇴진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슈칸 아사히 최신 호는 “스가 총리가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고 모두가 생각할 것”이라는 총리 관저(官邸)의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3월 말 스가가 스스로 퇴진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