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신임 주일 대사가 22일 일본에 부임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국왕을 “천황 폐하”로 호칭했다. 한국 외교부의 일본 국왕에 대한 공식 호칭은 ‘천황’이다. 여기에 폐하란 경칭(敬稱)을 덧붙인 것이다.
천황 폐하 발언은 그가 이날 오후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언제 만날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 방역 기준에 따라 2주간 대사관저에서 격리한 후 활동을 시작한다”며 “그다음에는 천황 폐하께 가서 신임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 대사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시절 “한국에서는 ‘일왕’이란 표현을 쓰자”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대사로 내정된 후 일본 우익과 보수 언론 등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왔다. 그의 천황 폐하 발언은 그런 비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그는 작년 말 대사로 내정된 직후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강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를 대사로 임명한 것은 한일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후 스가 총리가 이임하는 남관표 전 대사와 면담도 하지 않는 등 최근 양국 관계가 악화한 것에 대해선 “사안별로 토론할 것은 토론하고,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파기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한 것은 이사장이나 이사들이 사퇴해서 벌어진 일이고, 정부의 압력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