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도쿄올림픽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여성 폄하 발언으로 12일 사퇴했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와 관련,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진 후, 9일 만에 사퇴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그의 시대착오적 발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파문 수습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모리의 발언이 알려진 후 일본 내 올림픽 자원봉사자 400여 명이 모리에게 항의하는 차원에서 봉사 활동을 그만두고,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증폭됐다.
모리가 사퇴했지만 모리가 자신의 후임을 결정하려다 불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다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모리는 자신의 와세다대 선배로 스포츠계 원로인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자신의 후임이 돼 달라고 요청,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가 차기 조직위원장이 됐다는 기사가 일제히 나왔지만, 여론의 반발이 크자 가와부치는 차기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같은 혼란이 계속되자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금주 중에 긴급회의를 열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차기 조직위원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모리의 후임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 하시모토 세이코 현 올림픽 담당상이 거론되고 있다. 모리의 여성 폄하 발언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여성 위원장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 경험이 부족한 50대의 하시모토가 조직위를 이끄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초기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신속하게 후임자를 물색해 논란을 종식시켜야 했으나 그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일본 국민이 올림픽 염증을 느끼고, 국제적으로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신감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