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공이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시끄럽게 놀아요. 주의를 주면 거꾸로 제가 미움을 받네요.”
“골목길에서 일상적으로 (아이들이) 야구와 피구를 함. 주말 차고에서 바베큐로 인한 악취 주의.”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이웃 갈등 주요 소재가 ‘실내 층간 소음’이라면 일본에서는 ‘골목길 소음’이다. 골목에서 소음을 발생시키는 어린이와 성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도로족(道路族)’ 출몰 지역을 표시해 공유하는 인터넷 지도까지 등장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17일 보도했다.
‘도로족’이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일으키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가리키는 일본의 인터넷 용어다.
도로족 지도는 2016년 주변 소음에 시달리던 40대 온라인 개발자 남성이 자신과 같이 조용한 지역에 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길을 지나다 소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사이트의 양식에 맞춰 신고하면 개인정보나 비방글 등을 제외하고 올린다. 등록 이후 3년 이상 방치됐거나 소음 문제가 해결되면 지역은 지도에서 삭제한다.
일본 동양경제일보 등 외신들은 이 지도가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부터라고 전했다. 코로나 휴교령으로 인해 여가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이 집 앞이나 골목에서 무리지어 놀기 시작했고, 재택 근무를 하고 있던 어른들과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사이트 오픈 이후 1년 동안 ‘도로족 장소’로 등록된 건수는 600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에는 3000건, 6월에는 500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2월 1일 기준으로는 전국 5973건이 등록된 상태다.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13세 미만 아동이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나 길가 등에서 혼자 놀게 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주택가 인근의 도로와 골목길 역시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 해당하는지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 일본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도로족 지도가 이웃 간에 관용 정신을 해치고 있으며, 이웃을 비난하길 원하는 일부 주민에게 비난의 배출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동보호 기관 등 필수 지역까지 소음 유발 장소로 포함되면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이트 운영자는 인터뷰에서 “이 지도가 일부 사람들에게 ‘내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많은 이가 도로족들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사람들이 더 나은 거주 공간을 찾는데 이 정보가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