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보안본부는 4일 오전 12시쯤 중국 해경선 4척이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접속수역을 항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 해경선은 올 들어 2월 13일부터 112일 연속으로 중일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인근 접속수역을 항해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전 연속 항해 기록 110일(2020년 4월 14일~8월 2일)을 깬 최장 기록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 해경선보다 많은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배치하는 한편 외교적 경로를 통해서도 우려를 전달 중”이라고 했다.

접속수역이란 영해(육지에서 12해리까지의 바다)처럼 주권이 적용되진 않지만, 영해 침입에 대비하는 경계 활동이 가능한 영해와 공해 중간 지역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 정부 소속 선박인 해경선을 수시로 띄우며 일본 정부의 실효 지배 무효를 주장해왔다. 일본 언론 매체들은 중국 해경선의 센카쿠 열도 인근 항해가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경선의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 항해 일수는 2019년 282일, 2020년 333일로 2년 연속 과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는 중국 해경선 항해가 없었던 날이 단 8일에 불과하다. 사실상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 항해가 일상화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해경선의 대형화와 무장화도 문제로 지적한다. 2012년 40척에 불과했던 1000톤급 이상 해경선은 지난해 131척으로 늘었고, 2015년부턴 기관포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1월 통과시킨 해경법도 일본 정부를 긴장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 해경선은 자국 주권과 관할권을 침해하는 외국 선박에 무기 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관할권’이라는 국제법상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 센카쿠 열도 인근 바다에서도 중국 해경선이 일본 어선이나 순시선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센카쿠 열도를 목표로 하는 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일본에서는 중국 해경선이 영해에 침입해 일본 어선에 접근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중국 해경선의 일본 어선 접근 사례는 2013년 2건, 2014년 1건, 2019년 1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건으로 늘어나더니 올해엔 벌써 12건이나 확인됐다.

일본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동맹 강화' 노선에 적극 협력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이 해양보안청·경찰·자위대 간 협력을 강화하며 대비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 투입되는 해경선이 늘어나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