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세력의 반대 속에서 어렵게 성사됐던 ‘평화의 소녀상’ 의 나고야(名古屋) 전시가 개최 사흘 만에 중단됐다.
8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고야시는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그후’의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 시설 이용 허가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전시장으로 의심스러운 우편물이 배송돼 열어본 결과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우편물 개봉은 경찰의 입회 아래 진행됐고, 부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전시장 밖으로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나고야시는 “안전한 운영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설 이용 일시 중단을 결정했고 이날 전시는 중단됐다.
자세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중단을 노린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일본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에 도전하는 문제작을 모은 기획전으로, 이전부터 우익 세력의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2019년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통해 ‘표현의 부자유전·그후’가 공개됐을 때에도 우익 세력의 항의가 쏟아진 바 있다. ‘휘발유통을 들고 전시장을 찾아가겠다’는 협박 팩스가 오기도 했다. 결국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개막 3일 만에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가, 폐막 일주일 전에야 재개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사태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평화의 소녀상’ 등 표현의 부자유전 출품작들이 일본에서 공개되는 자리였다. 도쿄·오사카에서도 같은 전시를 추진했지만,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관내 갤러리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우익 세력은 이번에도 나고야의 전시장 인근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소란을 피우는 등 전시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재일(재일한국인)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출신이 주도하는 우익 시민단체의 반대 전시도 같은 장소인 ‘시민갤러리 사카에'에서 9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모욕하는 내용의 전시가 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