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국계 학교 교토국제고가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교토국제고는 28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103회 여름 고시엔 대회 준결승전에서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고에 1대 3으로 패배해 결승 진출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날 교토국제고는 3회까지 0대 0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4회초 연이은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며 3점을 먼저 내줬다. 5회말 교토국제고가 1점을 만회하며 따라가려 했지만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교토국제고는 여름 고시엔 100년 넘는 역사에 한국계 학교로 처음 진출하며 주목을 모았다. 여기에 첫 출전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썼다. 전체 학생수 136명의 미니학교가 전국 일본 고교 야구팀 3603개 중 베스트4에 든 성적을 올린 것이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재학생 수를 늘려보려고 만든 야구팀이었는데 창단 22년만에 어엿한 야구 명문고로 거듭난 것 같아 기쁜 마음 뿐”이라며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3학년 학생들이 마지막 고시엔에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값진 성과를 얻은 것 같아 기쁘고, 후배 선수들이 선배들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지난 26일까지 교토국제고가 3연승을 거둔 덕에 일본 야구의 성지(聖地)로 통하는 고시엔 구장엔 이 학교의 한국어 교가가 총 네 번 울려 퍼졌고, 이는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첫 경기에서 각 출전 학교의 교가를 소개하며 한 차례, 그리고 교토국제고의 승리를 기념하며 세 차례다.
결승 진출을 놓친 이날은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상대 학교의 교가를 듣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고시엔 중계진들은 교토국제고를 두고 “첫 여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활약”이었다며 “최고의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전 고교야구 감독인 해설 다카니시 히토시는 “승패를 떠나 선수와 팀 모두를 강하게 만드는 게 고시엔”이라며 “앞으로의 교토국제고가 기대된다”고 응원을 보냈다.
한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세운 이 학교는 운영난을 겪다가 2004년 일본 교육법 제1조 적용을 받는 학교로 전환했다. 지금은 한국 교육부, 일본 문부성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일본 학생이 60% 이상이어서 사실상 ‘한일연합’ 성격을 갖고 있다. 교토국제고 측은 “교토국제고의 활약이 한일 관계 개선의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