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방위비 증액 방침에 기대를 드러냈다고 교도통신이 익명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5일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교도통신은 미·일 정상 첫 통화에서 일본 방위비 증액 관련 언급이 나온 만큼, 정식 대면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방위비가 양국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일본의 방위비는 관례적으로 국내총생산(GDP) 1%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해져 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해 동맹국 일본이 방위비를 늘리고, 방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해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해당 문제가 논의됐고, 공동성명에 ‘일본이 스스로 방위력 강화를 결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 9월 실시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운동 당시 방위비에 대해 “숫자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증액에 의욕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당시 이 같은 방위비 관련 발언을 토대로 ‘일본 방위력 재검토의 착실한 진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바람직한 증액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초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지만, 일정상의 문제로 정식회담 대신 짧은 대화를 나누는 데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연내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식으로 회담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윌리엄 해거티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28일 게재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방위비를 조기에 2%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