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급(장관급) 정부 고위 관료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외교적 보이콧’이란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보이콧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리투아니아 등을 포함해 모두 8국으로 늘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에 해당하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4일 오전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은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일본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기본적 인권의 존중, 법의 지배가 중국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에 직접 전했다”고 했다.
일본은 대신, 올림픽 관련 인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엔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과 하시모토 세이코 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베이징 패럴림픽엔 모리 가즈유키 일본패럴림픽위원회(JPC) 회장을 참석시키기로 했다.
이날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면서도 중국에도 최대한 체면치레를 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고, 발표도 관방장관에게 맡겼다. 마쓰노 장관은 ‘정부 방침이 외교적 보이콧에 해당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특정한 명칭을 붙일 생각이 없다”며 “미 정부 발표에도 ‘외교적 보이콧’이란 표현은 없다”고 답했다.
당초 일본은 지난 7월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거우중원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한 중국에 대한 외교적 답례 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같은 각료급 정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 보이콧 선언 이후 자민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일본도 빠른 시일 내 국제사회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그간 “적절한 시기에 올림픽 정신과 국익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미뤄왔다. 내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경제계의 대(對)중국 관계 개선 요구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날 자민당 외교부회·외교조사회가 외교적 보이콧 조기 표명 요구 문서를 외무성에 제출하며 정부를 압박하자, 기시다 총리도 외교적 보이콧을 결단했다. 전날 저녁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기시다 총리와 25분간 면담하며 외교적 보이콧 조기 표명을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주도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 역할을 하겠다”며 사실상의 불참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다만 미국의 뜻을 일부 반영해 베이징에 파견하는 축하 사절단의 격을 부총리급 정도로 낮추는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에게 “이번 올림픽이 방역·안전·평화의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최 차관이 “우리(한국) 측은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