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코로나 상황이 안정세를 보였던 일본에서 새해 들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실상 ‘6차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방역 비상 대책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6일 오후 6시 기준 일본 전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47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18일(4700명) 이후 3개월여 만에 4000명대를 돌파한 것이다. 오키나와현이 981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쿄도(641명)·오사카부(505명)·히로시마현(273명) 등 대부분 지역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신정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급증했고,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무증상자에게도 코로나 무료 검사를 제공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주일간(12월 30일~1월 5일) 인구 10만명당 감염자 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오키나와(80.27명)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미군 기지 내 집단감염 탓이다. 오키나와에선 지난해 12월 중순 미 해병대 기지인 ‘캠프 한센’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확산했다. 오키나와 확진자가 900명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이와쿠니 미군 기지가 있는 야마구치(22.09명)와 인접한 히로시마(14.05명)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규제하는 등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지만, 주일 미군기지 병사들은 미·일 지위협정으로 이를 피해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감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미군 장병들이 일본 입국 전 PCR 검사를 받지 않았고, 입국 후 자가 격리 기간에도 기지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일본인 직원에게 코로나를 감염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오키나와·야마구치·히로시마 3개 현 지자체장은 방역 비상 대책인 ‘중점 조치’를 적용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중점 조치가 선언되면 지자체장은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 강화된 방역 수칙을 요구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자체 결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이르면 7일 중점 조치를 정식 선언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주일 미군의 외출 제한을 포함한 방역 대책 강화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주일미군사령부는 외출 시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도록 하는 등 방역 단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