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수도 도쿄의 중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첫 새해 연설에서 한국 언급이 지난해보다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총리는 17일 오후 일본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취임 후 첫 시정방침 연설을 통해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이란 새해 첫 정기국회 개회 당일 한해 동안의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직후와 12월 임시국회 개회 당시 소신표명 연설을 했지만, 시정방침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4일 뒤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다.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도 한국이 외교 정책 연설 후반부에 두 문장 언급되는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엔 전체 1만1300자 연설 중 한 문장으로 줄었다.

메시지도 변화가 없었다. 한·일 주요 현안인 강제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먼저 ‘적절한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부터 반복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미사일 실험 발사를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 미사일 기술의 현저한 향상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방위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해결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건없이 만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는 중국에는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한편 시정방침 연설 이후 이어진 외교 연설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 영토”라며 “이 기본적인 입장에 입각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외무상이 한해 외교정책 기본방침을 밝히는 외교연설에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아베 신조 내각 시절인 2014년 이후 9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