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회담은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첫 미·일 정상회담이었다.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이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총리의 전격 방한 등 한·일 관계 개선 시나리오를 검토했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 노역 현장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교도통신은 3일 통신과 일본 각 지역 신문사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47뉴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시다 총리, 한국과 가망 없는 역사전으로’라는 해설성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은 오는 5월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관례대로 주요 인사를 파견하고, 기시다 총리가 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검토했다. 두 정상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정상적인 대화재개를 일정 부분 합의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통신은 올 상반기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기시다 총리도 함께 전격 방한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검토됐다고 전했다.

이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 측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라고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일 양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세계에서 유력한 미들 파워(Middle Power·중견국)이자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인 한국과 공조를 더욱 깊게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양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고집하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의 안보 분야 연대가 필수적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경제 안보’ 틀에 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한국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구상이나 대만 유사시 대응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 같은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 요구를 고려해 당초 사도 광산 문제도 한국 측의 주장을 수용해 추천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보수파의 강력한 압박과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 등을 고려해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을 단행했고, 동시에 이 같은 관계 개선 시나리오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