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러시아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피란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비유럽 국가 중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의사를 발 빠르게 밝힌 주요 국가는 캐나다와 호주, 일본 정도다.
3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밤 기자단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제3국으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일본에 받아들일 예정”이라며 “매일 대량의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실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에게도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일본 내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친척·지인들부터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 내에 자격을 갖추고 장기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은 약 1900명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일본 내 우크라이나인의 친척·지인의 입국을 우선하되,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도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난민 수용에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유럽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3일 현재 100만명을 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폴란드로 떠났다.
한편 일본의 발 빠른 러시아 규탄 및 제재 동참 움직임에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의 초치에도 “침공이 아닌 자위”라고 맞섰고, 이후 러시아 대사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한 홍보전에 몰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전(情報戰)이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행한 공격이 러시아에 의한 것인 양 소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대피하려던 아프리카·중동·인도 출신 유학생들은 피란 행렬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 등의 주장을 일본어로 매일 게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주일 러시아 대사관과 일본 전 외무상이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외무상을 지낸 고노 다로 자민당 홍보본부장이 지난 2일 러시아 대사관의 이 같은 ‘가짜 뉴스’ 트윗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주일 러시아 대사관은 고노 전 외무상에게 “그쪽이나 잘하시라”고 응수한 뒤, 대사관 공식 계정에서 ‘러시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