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창인 와중, 지구 반대편 일본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남성 약 70명은 우크라이나 방어에 직접 나서겠다며 의용군이 되길 자원했고, 정부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이례적으로 공개 발표했다. 수도인 도쿄의 신주쿠, 시부야 등 거리에선 반(反)푸틴 시위가 열려 시민 수천 명이 참가했다. 비(非)유럽 국가 일본은 왜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원군이 되길 자처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본과 우크라이나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 자민당 소속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중의원은 3일 니시닛폰신문(西日本新聞)과 인터뷰에서 양국의 세 가지 공통점을 제시했다.
우선, 일본과 우크라이나는 모두 ‘원자력 재해’를 겪었던 아픔이 있는 국가다. 1986년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각각 해당한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가 두 국가에 국한되진 않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하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7단계에 속하는 건 위의 두 사고뿐이다. 두 사고가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도, 이례적인 규모의 비슷한 재해를 겪었다는 점이 두 국가를 정서적으로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으로 모리 중의원은 “(양국 다) 국내에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연합 등 최근의 서방 세력이나 러시아 등으로부터 주요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공통점은 “이웃나라 중 성가신 대국(大國)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태로 미루어보았을 때, 이는 러시아를 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홋카이도 동북쪽 ‘쿠릴 열도’에 있는 4개 섬을 두고 러시아와 긴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에 이어 돈바스 지역 등, 러시아와 끊임없는 영토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반(反)러시아 대열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의 일이 될 수만은 없는 국가’ 중 하나다.
모리 중의원은 그간 일본이 공적개발원조(ODA)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내 공항, 쓰레기 처리장 등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도움을 제공해 온 이력을 함께 소개했다. 양국의 끈끈한 관계 탓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외국 방문 코스에 항상 일본을 포함한다고 한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9년 10월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바 있다.
양국은 1995년 레오니드 쿠치마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기념해 ‘일본·우크라이나 우호 의원 연맹’을 세웠다. 현재까지 약 30년간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모리 중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폭거에 의연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약했다면, 수도 키이우(키예프)는 곧장 함락되었을 테죠.” “외부 권력자에 의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뜻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 가치관을 함께 하는 나라가 연대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푸틴의 독선적인 야망을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