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2일 도쿄 등 수도권과 도호쿠(東北)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도쿄전력이 “오후 8시 이후 수도권 200만~300만채가 정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오후 3시쯤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늘 밤 8시 이후 약 500만kW(약 200만~300만채 규모)의 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계속 절전에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역시 같은 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절전량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오후 8시까지 한층 더 강력한 절전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경제산업성은 전날 밤 “전력 수급 상황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계획 정전을 시행한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를 발령했고, 이날 오후엔 도호쿠(東北) 지역까지 경보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전력 수급 위기 경보는 전력 공급 예비율이 3%를 밑돌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며 전력 부족 문제가 대두된 2012년 정비한 제도이지만, 실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력 부족 사태는 최근 발생한 강진과 추운 날씨가 겹치며 발생했다. 지난 16일 후쿠시마현 앞 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후쿠시마현 내 화력발전소 2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여기에 22일 도쿄에 눈·비가 내리며 영상 2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NHK는 “비가 내려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력을 기대할 수 없고 겨울이 돌아온 듯한 추위 때문에 난방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전력 수급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도쿄전력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 대비 수요 비율을 뜻하는 ‘전력 사용률’은 오후 1시 기준 106%를 기록했다. 이후 오후 4시에는 93%까지 낮아진 상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전력난에 일본 기업·관공서·가정도 절전에 협력하는 중이다. 도쿄도는 청사 복도의 조명 일부를 끄고 엘레베이터 운전 대수를 줄였고, 시즈오카현 후지시청은 오전 8시 이후 전 청사 난방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경제산업성 등 중앙 부처와 도쿄 내 대기업도 사무실 소등 등에 동참하고 있다.
공영방송 NHK는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방송 스튜디오 조명을 평소보다 어둡게 조정했다. 민간 기업들이 운영하는 길거리 대형 광고 디스플레이들도 대부분 전원이 꺼졌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야경 명물인 대관람차 조명도 오늘은 켜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