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편의점 업체 로손(LAWSON)의 가맹점 모습./조선DB

한국과 달리 대부분 편의점이 손님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는 일본. 최근 일본 지자체들 사이 관내 편의점을 상대로 화장실을 ‘공공화’(公共化)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 안팎에선 “지자체가 혐오시설 처리를 편의점에 덤터기 씌우려 한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쿄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지난 2월 시내 편의점들을 상대로 주민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공화하는 협력 점포 모집을 시작했다. 야마토시는 현재 49곳의 화장실을 운영 중인데, 대부분 공원이나 지하철 역 내에 있어 접근성이 나쁘단 지적이 나오자 민간업체인 편의점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화장실 공공화에 응한 점포엔 ‘공공화장실 협력점’이라고 쓰인 스티커와 함께 매년 두루마리 화장지 200개가 지원될 예정이다.

일본 가나가와현 야마토시 한 편의점 앞에 '공공화장실 협력점'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이곳 시 당국은 지난 2월 시내 편의점들을 상대로 주민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공화하는 협력 점포 모집을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편의점 총 110곳 중 9곳만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변호사닷컴(bengo4.com) 트위터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 정책에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장실을 공공화하면 이용자가 늘어 수도세와 청소 비용만 늘어날 뿐,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 유니언’ 소속 사토 게이지(佐藤桂次)씨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화장실만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는 건 위험하다”며 “지자체에 의해 공공화할 경우, ‘더 잘 관리하라’는 다그침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러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듯, 마치다시의 공공화장실 모집엔 지난달 중순까지 편의점 총 110곳 중 9곳만이 신청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한 편의점 화장실에 붙어 있는 전단. 화장실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항상 깨끗하게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내용./트위터

앞서 2010년 10월부터 화장실 공공화를 추진한 도쿄도 마치다시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온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화장실을 개방해 왔다는 한 편의점 업주는 “화장실을 사용하려 들어오는 사람들은 늘어났는데, 대부분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며 “화장실 바닥이 더러워지거나 변기에 오물이 묻는 일이 자주 생겨서, 청소가 싫어진 직원들이 그만두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방 소모되는 화장지보단 청소원 파견이나 수도세 할인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