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관저는 정치 중심지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다. 총리 집무실은 5층이고, 4층엔 각의실과 내각집무실이, 1층에는 기자실이 있는 구조로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과 구조가 비슷하다.

일본 총리의 거주 공간인 공저 모습. /총리관저 홈페이지

오르막길에 위치해 건물 밖과 연결된 정문 현관이 3층에 있는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3층 로비에서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기자들과 무려 100번을 만났다. 총리관저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 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면, 시간을 쪼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다. 일본어로는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매달리기)라고 한다. 한 명을 여러 명이 매달리듯 빙 둘러싸고 대화한다는 의미다. 말주변이 없기로 유명한 기시다 총리지만 때론 ‘새벽 1시이지만 지금 퇴근하는데 관저에 있는 기자는 현관에서 만날 수 있다’고 먼저 기자실에 연락하기도 했다. 예컨대 작년 12월 28일엔 현관 앞에서 “지난 3~4개월간 신세 많이 졌고 고맙다. 내년에도 정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할 테니 여러분도 여러 가지 의견을 달라”고 말하는 식이다. 지난 3월 26일엔 미국 람 이매뉴얼 주일대사와 만난 뒤, 부라사가리에 응해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러시아에 대한 강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총리관저는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수십 명의 출입기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공간이다. 건물 출입구인 3층 로비에서 기다리면 총리는 물론이고 고위 관료나 정치인 누가 총리실에 들어왔는지, 이날 회의 멤버가 누군지 알 수 있다. 총리가 바쁠 때는 부라사가리 없이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불통(不通)’이라고 일본 언론이 줄곧 비난해온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조차 최소한 한 달에 5~10번은 부라사가리에 응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임한 계기였던 건강 이상설도 3층 정문 현관에서 나왔다. 2년 전 한 방송사가 아베의 걸음 속도로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까지 대략 18초가 걸리는데, 갑자기 20초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한 상황이었다. 예전 청와대 시절, 현직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답변 들을 기회가 1년에 한두번도 있을까 말까였던 한국 현실과는 딴판이다. 그럼에도 일본 언론들은 “총리 관저가 보다 더 투명해야 하는데 예전보다 숨긴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