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서 12시간 정도 야간버스 타고 왔어요. 원래 케이팝 팬은 아니었는데, JO1은 한국과 일본 장점이 다 있어서 푹 빠졌어요.”
15일 오후, 도쿄역에서 전철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지바의 컨벤션센터 ‘마쿠하리 멧세’ 국제전시관 인근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여성 수천명이 모여들었다.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CJ ENM의 ‘케이콘 2022 프리미어 인 도쿄’ 때문에 몰려든 인파였다.
케이팝 콘서트와 한국 문화·브랜드 체험 행사를 합친 ‘케이콘(KCON)’은 2012년 미국 어바인을 시작으로 매년 미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개최돼왔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중단됐던 대면행사가 기지개를 펴면서, 케이콘 역시 올해 8월 미국 LA와 10월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2022 프리미어는 올해 케이콘 본행사를 앞두고, 오랫동안 콘서트를 기다린 팬들을 위해 준비한 사전행사다. 코로나 방역 정책 등의 영향으로 한국 아이돌 그룹은 출연하지 못했지만, 14~15일 티켓 2만장은 빠르게 매진됐다. CJENM 측은 “케이콘 본 행사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의 행사인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시야제한석 2000석을 추가 오픈했다”고 밝혔다.
한국 아이돌의 빈 자리를 메운 건 케이팝 아이돌 그룹을 동경해 아이돌이 됐다는 일본의 ‘케이팝 키즈’들이었다. 이날 콘서트에 출연한 일본 그룹 JO1과 INI는 CJENM이 일본 엔터기업 요시모토흥업과 손잡고 개최한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재팬’을 통해 결성됐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부터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 및 프로듀싱이 모두 적용됐지만, 멤버들은 모두 일본인인 이른바 ‘일본 현지 케이팝 아이돌’이다.
이들은 “한국 아이돌에 빠져 가수의 꿈을 꾸고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게 됐다”고 본인들을 소개했다. 이날 만난 INI의 멤버 마쓰다 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BTS를 통해 K팝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고, 또 다른 멤버 이케자키 리히토는 “BTS에 빠지고, 그들을 동경해 평범한 대학생이던 시절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 2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다지마 쇼고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INI 저희 꼭 한국에 갈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한국어로 하기도 했다.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케이팝 아이돌 탄생에 케이콘을 찾는 팬층은 한층 더 넓어졌다. 이날 이벤트장에서 만난 JO1과 INI 팬 다수는 “원래는 케이팝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JO1과 INI 덕분에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히로시마에서 12시간이나 야간버스를 타고 도쿄에 왔다는 마에다 모모(18)씨는 “같은 반엔 BTS·세븐틴 같은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저는 일본의 쟈니즈주니어의 오랜 팬이었다”며 “JO1 때문에 처음으로 케이콘에 왔다”고 했다. 오사카에서 온 유키노(20)씨 역시 “쟈니즈주니어의 오랜 팬이었지만 JO1이 프로듀스101에서 한국 아이돌 노래를 부른 덕분에 케이팝을 듣기 시작했다”며 “가을에 하는 케이콘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JO1과 INI의 장점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과의 활발한 소통,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사적으로도 교류하는 멤버들의 모습, 일본 아이돌 중에선 눈에 띄는 뛰어난 퍼포먼스 능력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특징을 두루 갖춘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일본인 멤버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껴져, 한·일 아이돌 장점을 모두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CJENM 측은 “케이팝과 제이팝을 단순히 나누던 시대를 지나 케이팝의 범주가 확장돼 나가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케이팝 팬들이 K-컬처를 비롯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케이콘을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