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3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아시아에서 유사시 사태를 막을) 억지력과 대응력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정도인 일본의 방위비가 2%까지 증액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상회담과 오찬을 함께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방위비를 상당히 증액하겠다는 결의를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며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격 능력은 적국의 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경우, 그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다 강한 일본, 보다 강한 미·일 동맹은 이 지역에 좋은 것”이라며 “(이런 힘이) 대만해협을 유지하고, 동중국해, 남중국해에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달 GDP 대비 1% 정도인 방위비를 2%까지 증액하자고 기시다 내각에 제안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군사력은 중국의 우위로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며 “미국은 일본이 방위비를 나토 가맹국의 목표 수준인 2%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의 방위비는 541억달러(약 68조원,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발표)이며 2배로 인상할 경우 1000억달러를 넘는다. 한국(502억달러)은 물론이고 인도(766억달러)나 영국(684억달러), 러시아(659억달러)를 훌쩍 뛰어넘고 미국(8010억달러)과 중국(2930억달러)에 이은 전 세계 셋째 군사비 대국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 간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관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게 (동맹국 간) 약속”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며 일방적인 현상 변경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여하겠다”고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억지력에 바탕한 미국의 대응을 신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북한과 관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를 포함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고 미·일, 한·미·일 간 한층 긴밀하게 연대해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해 아시아 지역 내 중국 패권주의와 북한의 도발을 견제·억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박물관을 포격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지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며 “제재를 지속하지 않으면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인가.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에 큰 책임을 지는 안보리 이사회 등 유엔을 개혁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개혁된 안보리에선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내년 개최할 주요 7국(G7) 정상회의를 기시다 총리의 고향인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데도 양국이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핵이 없는 세상’을 위한 필요성을 히로시마에서 주요 국가에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도쿄의 고쿄(皇居)에서 나루히토(徳仁) 일왕과 접견했다. NHK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과 매우 깊은 인연”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번 방일이 미일 양국 간 우호 친선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길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