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여름철 전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7~9월 3개월간 자국민과 기업에 절전(節電) 요청을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전국 규모의 절전 요청은 7년 만이다. 1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원전 재가동이 차질을 빚는 바람에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이다. 일본에선 “정부가 근본 대책은 못 세우고 국민에게만 전력 문제를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전력 절약 방법을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 신문은 “에어컨은 실내 온도를 28도에 맞추고 냉장고는 온도 설정을 ‘강’에서 ‘중’으로 변경하는 식의 각종 절약 방법이 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력 수급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가정에선 각자 방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고 한 방에 모여서 1대만 켜는 방식으로 전력 위기를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TV도 집마다 한 대씩만 켜자는 말도 했다.
올 여름철 일본의 전력 예비율(예상치)이 도쿄, 도호쿠 등 주요 지역에서 3.1%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전력 예비율은 전기를 최대로 쓰는 시점에도 예비로 남는 전력 공급량이다. 통상 10% 이상이 안정적이며 절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3%다. 3% 미만일 경우엔 폭염 등으로 짧은 순간 사용량이 늘면 공급 불능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을 잘 넘긴다 해도 내년 1월은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 예상 전력 예비율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겨울철엔 약 110만가구가 쓸 전기가 부족할 전망”이라며 “계획 정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전력 위기는 원전 재가동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위한 안전 검사를 실시, 17기가 통과했다. 이 가운데 현재 4기만 가동 중이다. 안전 검사를 통과하고도 지역사회의 동의 절차나 추가적인 정기 검사, 테러 대책 마련 같은 이유 탓에 대부분 가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머지 원전 13기만 다시 가동해도 전력 총 1300만㎾를 확보, 현재와 같은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화력발전소에 의존하면서 버티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원전보다 원가가 비싼 화력발전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기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올 3월에는 2인 이상 세대의 월평균 전기료가 1만6273엔(약 15만3000원)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