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도쿄 하라주쿠의 화장품 판매점 ‘코스메 도쿄’. 1300㎡(약 400평)로 일본 최대 규모의 화장품 판매점인 이곳에서 ‘판매량 1위’라고 적힌 제품은 한국 마스크팩이었다. 스킨케어 코너에는 전체가 한국 제품으로 꽉 찬 판매대도 보였다. 그동안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등에서 주로 판매하던 한국 화장품이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에도 진출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와타나베(22)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를 오래 끼다 보니 피부 트러블이 심했다”며 “한국 마스크팩이 민감한 피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소문나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다. 코스메 도쿄 측은 “2020년 개점 직후부터 매출의 10% 정도가 한국 제품”이라며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 매출 비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뷰티 전문 유튜버들은 한국 제품을 사용한 후기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구독자가 132만명인 ‘세키네리사’는 한국 마스카라를 소개하며 “사진에 나온 것과 똑같이 발리고 유지력이 정말 좋다”고 평가했다. 이 영상은 나흘 만에 12만명이 봤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일 관계가 얼어붙고 코로나 확산으로 양국을 자유롭게 오가지도 못하지만,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다시 불면서 한국 연예인과 가수를 따라 하는 화장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한국 연예인들이 모델로 나오는 한국 화장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대일 화장품 수출액은 2019년 4억241만달러(약 5056억원)에서 2020년 6억3923만달러(약 8031억원)로 6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7억8660만달러(약 9883억원)로 약 23% 증가했다. 2년 새 대일 수출액이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한때 한국 화장품의 성분과 품질을 걱정하던 시선도 이제 사라졌다. 한국화장품산업협회는 “한류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면서 열렬한 팬이 아니더라도 한국 화장품 등 한국 제품 전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스티랩이 2021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0대와 20대, 30대에서 응답자가 모두 ‘전년보다 한국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화장품은 일본 내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부동의 강자인 프랑스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일본의 국가별 화장품 수입액(1~9월)은 프랑스가 469억엔(약 440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이 452억엔(약 424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직전 동기보다 26% 늘었지만, 프랑스는 5% 증가에 그치면서 차이가 좁혀졌다. 올해 1~3월 수입 실적은 한국이 175억엔, 프랑스가 170억8000만엔으로 한국이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쳤다. 한국 제품이 인정받으면서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회사도 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는 지난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약 1만6000㎡(약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세워 현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