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닭고기, 설탕 등 주요 식재료의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이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수출보다 자국 소비를 우선하는 ‘식량 보호주의’가 한층 강해지는 양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를 인용해 “인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가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 20국이 실질적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달 중순 밀 수출을 금지했고 이달 1일엔 설탕의 수출도 제한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셋째 수출국이다. 인도는 “국내 시장의 소비와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세계 팜유의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중순 팜유의 수출을 규제했다가 지난달 23일 해제했지만 지난달 말 다시 규제를 시작했다. 팜유 생산업체에 일정 물량은 자국 시장에 우선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일 이웃 국가 싱가포르로 가는 닭고기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량 부족으로 싱가포르의 일부 닭고기 판매점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식량 수출국들이 빠르게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는 식량 부족이나 가격 급등이 사회 불안의 원인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최근 식료품 가격 급등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져 총리와 각료가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