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당시 아베 신조(우측)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News1 자료 사진

일본 신문들, 특히 보수 색채가 강한 신문들이 미국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이나 지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미국 대통령의 행동을 직접 비판하는 일은 더더욱 흔치않다. 일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워싱턴발로 “바이든 정권, ‘2시간 늦음’이 보여주는 둔함... 아베씨 사망”이란 기사는 그래서 보기 드문 일본 신문의 기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오전 2시에 워싱턴지국장발 기사로 바이든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한 애도가 2시간이 늦은데 대한 비판 기사를 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애도하는 성명을 낸 것은 미국 동부 시간 8일(현지시각) 오전 9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내용은 “망연하고 분개하고 깊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닛케이 기사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세계에 전해진지, 약 4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의 발표한 것보다 2시간 정도 늦었다”고 썼다.

이런 ‘2시간 늦음’이란 현실은 바이든 정권이 주변 현상에 대한 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었다. 둔하다는 것이다. 또 “시차의 문제가 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도 바이든 대통령보다 빠르게 성명을 발표했다”고도 했다.

닛케이의 워싱턴 지국장 입장에선 9일자 일본신문 지면에 바이든 대통령의 애도를 넣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 지국의 특파원들은 본사의 시간대로 움직인다. 워싱턴 지국장은 기사에서 “급한 마음에 백악관 측에 대통령의 (애도) 성명을 요구했는데 ‘지난밤(미국 시각)에 성명을 보냈다’는 답변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밤 성명이란 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었고, 내용도 “(아베 전 총리의 피격)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아베 씨 가족과 일본 국민에 마음을 보내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발표 주체도 대통령이 아닌, ‘보도관 코멘트’였다.

닛케이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줄곧 ‘인도태평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 가운데도 일본을 동맹으로서 가치를 추켜세우고 있었다. 일본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고, 심지어 그 사건이 ‘테러에 의한 전직 총리의 죽음’인데도 사망 소식 이후 4시간이 지나서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반응이 나온 것이다. 닛케이는 “바이든 정권은 총기 규제나 중절 문제, 인플레에 대응의 둔함과 관련, 민주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썼다. 바이든 정권의 둔함이지, 미국이 일본을 소홀히 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제 외교는 상호 이해 관계에 기반한다. 주권국가와 주권국가간 관계일뿐,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혈연 관계가 아닌 것이다. 미국에게 일본은 그런 존재일 테고, 한국도 그럴 것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피격 사망했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4시간 지난 이후에야 애도 성명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닛케이의 결론은 ‘바이든 문제’로 귀결됐지만, 실제론 ‘엄혹한 외교 세계는 가족 관계가 아니라, 결국 남과 남의 관계’가 결론이어야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만 해바라기처럼 올려다보기 이전에, 일본이 이웃나라 한국에는 어떤 마음 가짐이었는지도 돌아볼 기회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