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는 배우자인 아키에 여사가 도착한 지 8분 만에 눈을 감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9일 아베 전 총리의 임종을 지키던 자민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다 전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아베 전 총리는 피격 직후인 12시 20분쯤 심폐 정지 상태로 나라현립의과대부속병원에 도착했다.
아키에 여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 시간 후인 오후 12시25분쯤 가방을 들고 도쿄 자택에서 나왔다. 그는 오후 3시30분쯤 교토에 도착, 다시 급행열차를 타고 나라시로 이동했다. 아베 전 총리가 입원한 병원에는 오후 4시55분쯤 도착했다.
남편을 본 아키에 여사는 “신짱, 신짱”(晋ちゃん)이라며 연신 불렀으나 끝내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자리에 있던 아베파 의원들도 “총리” “회장”이라며 아베 전 총리에게 말을 걸었지만 답은 없었다. 아베 전 총리는 오후 5시3분에 숨을 거뒀다. 아내가 도착한 지 8분 만이다. 아키에 여사는 간신히 남편의 임종을 지켰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모리나가제과 창업자의 외증손녀다. 주간지 여성자신(女性自身)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하다 직장 상사의 소개로 아베 전 총리를 만났다. 이들은 2년간 교제 끝에 1987년 결혼했다. 아키에 여사는 ‘가정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며 남편이 균형감 있는 정치를 하도록 도왔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아키에 여사는 2016년 에세이 작가 사카이 준코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에 대한 중압감을 털어놓은 바 있다. 오랫동안 아이가 없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느냐” “아베 가문 며느리로서 실격”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압박으로 인해 불임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아키에 여사가 상처를 받을 때마다 자상한 말로 달랬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은 12일 거행된다. 11일에는 친척과 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쓰야(通夜) 예식을 진행한다. 상주는 아키에 여사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