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 세력이 압승할 것으로 일본 언론 매체들이 보도했다.
일본 NHK는 이날 오후 11시 40분 현재 출구 조사와 일부 개표를 집계한 결과,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보수 4당이 전체 선출 의석수 125석 가운데 87~102석을 확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개헌 반대 세력인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는 17~29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의석을 늘려 참의원 전체 의석 248석 중 139~153석을 확보, 과반을 넉넉하게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보수의 상징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틀 전 피격으로 사망한 직후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을 위시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개헌 세력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개헌 세력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함에 따라,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이 제정된 지 76년 만에 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줄곧 ‘헌법 개정’을 주장해온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집념이 그의 사망 후에 현실화되는 시나리오가 급부상한 것이다.
일본 헌법의 개정을 위해선 참의원과 중의원 양쪽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하고, 국민투표에서도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3년마다 선거로 절반을 교체하는 참의원은 선거 전만 해도 보수 4당이 합계 166석으로, 아슬아슬하게 3분의 2를 채운 상황이었다. 적극 반대하는 야당도 61석에 달해 자민당으로선 무리하게 개헌안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위험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 보수 4당은 기존 참의원 의석수(84석)에다 추가 선출 의석을 합치면 171~186석을 확보해 발의안 통과선인 3분의 2(166석)를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중의원은 작년 선거 때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465석)의 4분의 3을 확보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한 상황이다.
참의원·중의원에서 모두 압도적인 개헌 지지 의석수를 채운 자민당이 연내 개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는 최근 여야 당수 토론회에서 개헌과 관련, “가능한 한 시간을 끌지 않고 국민이 선택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3분의 2 확보 시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