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 세력이 압승했다. 1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보수 4당이 전체 선출 의석수 125석 가운데 93석을 확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또한 자민당은 63석을 차지, 이번 선거에서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치면 76석으로 압도적인 승리다.
일본 보수의 상징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한 이틀후에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을 위시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개헌 세력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줄곧 ‘전후 레짐의 탈피’를 주장한 정치인이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 굴레를 벗어나, 정상국가 일본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른바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으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것이다.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크라이나군대가 지키고, 일본 국민은 자위대가 지킨다. 그런데 자위대원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자위대의 불법 논란을 배운다. 이게 말이 되느냐. 바꾸도록 표를 달라”고 줄곧 말해왔다. 아베 전 총리의 집념이 그의 사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자민당의 압승은 앞으로 일본의 보수화, 우경화에 제동을 걸 야당의 몰락이기도 하다. 자민당 1극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의원 선거 결과, 이번 선거의 선출 참의원 125석 가운데 자민당이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13석이었다. 헌법개정을 지지하는 야당인 일본유신회가 12석, 국민민주당이 5석이었다. 헌법개정을 명확하게 반대하는 입헌민주당(17석), 일본공산당(4), 레이와신센구미(3석), 사민당(1석)은 대부분 의석수가 감소했다. 나머지 무소속과 참정당, NHK당 등이 7석이었다.
일본은 3년마다 참의원 절반씩 교체하는 선거를 한다. 참의원의 전체 의원수는 248명인데, 이번 선거때는 124명에다 보궐 1명을 포함해 125명이었다. 기존 참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자민당(119석), 공명당(27석), 일본유신회(21석), 국민민주당(10석)으로 보수 4당의 합계는 무려 177석이다. 개헌 발의 가능한 3분의2인 166석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본 헌법은 1946년 제정된 이후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개정을 위해선 참의원과 중의원 양쪽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하고, 국민투표에서도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 전까지만 해도 참의원은 보수 4당이 합계 166석으로, 아슬아슬하게 3분의 2를 채운 상황이었다. 적극 반대하는 야당도 61석에 달해 자민당으로선 무리하게 개헌안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위험성도 적지 않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만의 하나 개정안 발의를 했다가 3분의2 찬성에 실패하거나, 국민투표에 갔더라도 패배할시 ‘의회 해산’과 같은 위험이 크다. 자칫 정권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 보수 4당은 기존 참의원 의석수(84석)에다 추가 선출 의석을 합치면 177석을 확보했다. 적어도 참의원내 3분의2 통과에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이미 중의원은 작년 선거 때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465석)의 4분의 3을 확보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한 상황이다.
NHK가 참의원 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 의사’를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개정 지지’를 했고, ‘개정 반대’는 25%에 불과했다. 모르겠다가 30%였다. 국민 여론에 따라선 자민당이 연내 개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는 최근 여야 당수 토론회에서 개헌과 관련, “가능한 한 시간을 끌지 않고 국민이 선택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